정재원 인터뷰 - '정재원'이라는 사람의 이야기
민트페이퍼  |  2014-12-10 21:19:32  |  6,923

감성음악계열의 싱어송라이터의 공연을 많이 찾았던 민터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적재'라는 이름의 기타 연주자를 기억하시나요? 한 아티스트는 그를 보고 '괴물 같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엄청난 실력의 기타 연주자가 '정재원'이라는 이름으로 본인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앨범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기타 연주가 아닌 그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정재원의 음악은 어떤 것일까요? 이번 민트브라이트 인터뷰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정재원님과 함께했습니다.  



[민트페이퍼] 간단한 소개와 인사를 부탁 드립니다.

[정재원] (웃음) (첫 인터뷰라) 정말 어색하네요. 1집 가수 정재원입니다. (웃음) 기타 세션으로 많이 활동하다가 곡을 쓰기 시작한지는 이제 1년 조금 넘었어요. 작년 10월부터 써오기 시작했으니까, 올해 6월까지 9개월정도 동안 썼던 곡들 중 10곡을 모아서 앨범을 발표했어요. 원래 노래를 부르는 것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계속 해오던 게 아니다 보니 어쩐지 겁도 나고 해서 한참을 미뤄두다가 어느 날 문득 노래를 하고 싶다, 해야겠다 할 때가 된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민트페이퍼] 노래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정재원] 계기라기보다는 그냥 갑자기, 지금쯤부터 준비해서 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트페이퍼] 그럼 연주자로 활동할 때부터 언젠가 노래를 부르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요?

[정재원] 쭉 있었죠. 기타를 칠 때면 노래하면서 연주하는 분들이 부럽기도 하고요. 약간은 막무가내로 부딪혀보자는 생각도 있었어요. 곡을 쓰다 보면 제가 부를 수 있는 정도의 노래를 만들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부를 수 있겠더라고요. (웃음) 퀄리티 같은 걸 떠나서 그냥 주관적인 것만 봤을 때요. (웃음)


[민트페이퍼] 기타 연주자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는데, 기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정재원] 기타를 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때 영동중학교라고 학교 밴드부가 굉장히 유명했어요. 그런데 학예회 때 밴드부가 노래하는걸 보고 있자니 보컬이 노래를 못하는 것 같은 거예요. (웃음) 그래서 나도 한번?하는 마음에 오디션을 봤는데 저도 안 되겠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기타로 전향을 했는데, 그 이후로 기타에 푹 빠졌어요. 저와 같은 학년에 밴드부에서 기타를 치는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한테 기타를 빌려서 연주하던 게 어느새 기타 치는걸 업으로 삼게 되었죠. 이제 거의 11년? 12년쯤 된 것 같네요.


[민트페이퍼] 기타 연주를 하면서 언제 재능이 있다고 느꼈나요?

[정재원] 어렸을 때 부모님이 걱정하셨던 게, 제가 공부를 해도 운동을 해도 지구력이 부족한 거였어요. 그런데 기타를 칠 때는 기타도 친구한테 빌려오고, 앰프까지 집에 들고 다녔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그리고 기타를 시작한 바로 다음해에 학교 1위 기타리스트에 등극했죠. (웃음) 기타가 느는게 느껴지고 성취감이 있으니까 더 재미있고. 그래서 정말 빨리 늘었어요. 계속 치고 싶고.
음악 쪽으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관심이 있었고, 장기자랑 같은 걸 해도 항상 나가고 싶어하는 아이였어요. 그런 것들이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민트페이퍼] 앨범을 발매하기 전에도 적재라는 이름으로 활발하게 활동했었죠, 적재라는 닉네임은 어떻게 얻은 건가요?

[정재원] 중학교 때부터 적재라고 불렸어요. 한 때 그냥 친구들 이름에 'ㄱ'자를 붙여서 부르는 유행이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 태수를 택수 라고 부른다든지 하는. 전교생을 다 그렇게 부르던 유행이 있었는데, 그 300여명 되는 사람들 중에 저만 그 별명이 남았어요. 입에 잘 붙었나 봐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그 때 메신저 아이디를 '적재'라고 해두고 쭉 그 아이디를 쓰다 보니까 사람들도 다 적재 라고 부르게 된 것 같아요.


[민트페이퍼] 그럼 활동 할 때 굳이 적재라는 닉네임을 쓰지 않아도 됐던 거네요?

[정재원] 그게 친구들이 다 저를 적재로 부르는데 누군가가 정재원이라고 본명을 부르면 왜인지 안 친한 느낌인 거예요. 저도 적재라는 이름이 익숙해져서, 언젠가부터 녹음에 참여할 때 '적재'라고 쓰고.(웃음) 그렇게 활동하다 보니까, 음악 하는 사람들도 다 저를 적재라고 부르게 됐죠. 그런데 그 이름이 벌써 제가 기타를 친 세월보다도 오래 따라다녀서. 저는 좋은 것 같아요. 닉네임이 있는 게. (웃음)


[민트페이퍼] 그렇다면 이미 연주자로 유명했던 적재라는 이름을 놓고 본명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정재원] 사실 저는 '적재'라는 이름을 계속 쓰자고 강력하게 어필했는데, 회사에서 반대했어요. (웃음) 제가 느끼기에는 적재라는 이름이 뭔가가 한방에 들어오는 기분이 있었는데, 아닌가요? (웃음) 적재라는 사람은 저 한 사람밖에 없을 테니까. 정재원은 유명인들이 좀 있더라고요.


[민트페이퍼] 본인 이름 검색창에 안 쳐보셨어요?

[정재원] 민망해서요. (웃음) 쳐봐도 저는 아직 뭐가 안 나올 것 같기도 하고.


[민트페이퍼] 스태프분들이 써준 응원 문구 중에 '우주꽃사슴 적재' 라는걸 봤는데, 별명인가요?

[정재원] 황당하죠. (웃음) 막 가져다 붙인 것 같아요. 아무 의미 없이. (폭소)




[민트페이퍼] 정규 1집 [한마디] 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정재원] 음, 저는 이 질문이 참 어렵네요. 그냥 정재원이라는 사람의 삶의 일부분을 떼어내서 가사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곡들을 모아서 만든 앨범이거든요. 그냥 제 이야기라고 하면 될까? (좀 그런가요?) 그런데 저는 이 앨범이 그래요. 그래서 앨범을 발표하고 나서 되게 우울했어요. 앨범이 참 많이 딜레이 돼서 나왔는데, 그 동안 저는 이 곡들을 만 번 이상씩 들었거든요. 계속 녹음하고 듣고, 다시 또 녹음하고. 그런 것들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뭐랄까 나라는 사람이 발가벗겨진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한마디' 같은 경우는 누구나 평생 트라우마라는 게 있잖아요? 그것에 관련된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가사로 만들어서 쓴 곡이고, '골목길'이라는 곡은 마지막 트랙인데, 어렸을 때 제가 뛰어 놀던 골목길의 추억들로 만든 곡이고요. 다 저의 이야기예요. 사랑이야기도 그렇고요.



[민트페이퍼] '골목길'이라는 곡에 애착이 많은 것 같아요.

[정재원] 모든 곡이 어쨌든 다 제 이야기이긴 하지만, '골목길'을 들을 때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는 듯한 느낌? 편곡도 제일 소박하고, 악기도 몇 가지 없고, 멜로디도 반복되고. 가사도 정말 빠르게 써 내려갔어요. 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쓴 거라서요. 이후에 조카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골목길'을 듣고나니 예전 그 동네가 떠오른다고. 저희 외할머니 사시던 동네가 지금은 집을 다 허물고 아파트단지가 들어서서 이제는 그 골목길이 없거든요. 예전에 외할아버지께서 집 고치시던 기억, 어린 나이에 가기에는 멀었던 그 길을 동생이랑 같이 버스 타고 갔던 것도 생각나고. 요즘 세상이 너무 빠르고 정도 없는 느낌이 있는데, 그때를 떠올리면 제가 어리기도 했고 걱정할 것 없이 외할머니네 놀러 가고 싶으면 갔던 추억이나 감정들이 떠올라서 참 좋아요. 제일 깊이 와 닿는 것 같아요.


[민트페이퍼] (본인 이야기라고 하니) 'I Hate U'라는 곡 가사가 매우 직설적이던데...

[정재원] 네. (경험담이)맞아요. (웃음) 직설적으로 느껴지셨어요? 그럼 다행이네요. 직설적으로 쓰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정말 예쁜 사랑 노래를 쓰려고 멜로디를 쓴 곡이었어요. 아직까지는 가사를 쓸 때 제 경험이 아니면 쓰기 어려운 것 같아요. (웃음)





[민트페이퍼] 타이틀곡인 '다시'는 어떤 곡인가요?

[정재원] 어떤 이야기를 할까요? (웃음) '다시'는 제일 처음 썼던 곡 이예요. 그런데도 앨범에 수록된 10곡 중 가장 오래 걸렸어요. 가사도 고치고, 이것저것 고치다 보니 녹음 마지막 날에서야 끝나더라고요. 작업 기간만 따지면 거의 10개월 걸린 것 같아요. (웃음) 사실 이 곡이 기타리스트가 쓰기에는 너무 피아노로 진행되는 코드 진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작년 10월에 처음 작업을 할 때, '기타 위주의 진행을 탈피해야 해'라는 강박관념도 있었고, 처음 써보는 곡이다 보니까 해오던 것 보다는 사람들이 듣기에 익숙한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가요 같은 느낌의 곡을 써 봐야 나도 곡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은 1절을 써놓고 봤는데, 정말 너무 이상했어요. 곡 같지도 않고. (웃음) 그래서 주변에 들려주고 고치고, 다 뒤집고 하다 보니 중간에 스트링 쿼텟도 들어가게 되고. 반도네온도 넣을까도 고민 많이 하고. (결국 넣지 않았지만) 가사도 지금과는 다른 가사가 완성되어있었거든요. 그래서 '다시'는 잠시 보류해두고 다른 곡을 작업 하고 다시 돌아왔더니 가사가 아무래도 어색한 부분들이 많아서 아예 싹 지우고 다시 써야겠다. 라고 했더니 또 처음에 써놨던 가사가 너무 머릿속에 돌아다니더라고요. 결국에 가장 마지막에 썼죠. 애증의 곡 이예요. (웃음)


[민트페이퍼] 그럼에도 '다시'가 타이틀 곡이 된 이유는?

[정재원] 고민을 많이 했던 게, '다시'는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곡 같고, '멀리'는 처음에 들었을 때 매력적인 곡이라고 생각 때문이었어요. 또 '멀리'에는 기타솔로가 중간중간 많아서 저는 기타 치는 사람이니까 이걸로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다시'라는 곡이 멜로디가 더 예쁘고 기승전결도 있고 분 단위 시간도 맞는 것 같고 한 거에요. (웃음) 제가 항상 그래요. 여러 가지를 생각하느라고. (웃음) 회사에도 물어봤어요. 어떤 게 더 좋은지.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다시'를 선택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웃음)


[민트페이퍼] 제 생각에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웃음)

[정재원] 음, 눈빛이 흔들리는데? (웃음) 그런데 저도 결국에는 그게 잘 한 선택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저 혼자 즐기려고 만든 앨범이 아니다 보니까, 아직은 저를 잘 모르시더라도 대중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민트페이퍼] 앨범 아트워크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정재원] 혹시 앨범의 데모버전 들어보셨나요? 그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처음 데모를 들었을 때는 음질도 이상하고 어딘가 비어있는 것 같고 볼륨도 작잖아요. 처음 앨범 커버 초안을 봤을 때 날 것의 느낌이 많아서 사실 약간 신경전도 있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앨범 커버의 레퍼런스를 잔뜩 모아서 보내드리고 했었죠. 그렇게 서로 의견 교환을 많이 하고, 아마 고생도 많이 하셨을 거예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저도 누군가에게 데모를 보낼 때 앞으로 내가 더 추가할 부분들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보내는데 듣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앨범 커버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디자이너에게 온전히 맡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나름의 어필은 했으니까, 이후의 작업은 전부 맡겨뒀는데 신기하게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앨범 커버가 나왔어요. 저의 불찰을 깨달았죠. (웃음) 결론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전체적으로 무채색 톤의 바탕에 원색의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느낌도 좋고요. (앨범 커버에) 신경이 굉장히 쓰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앨범의 얼굴이다 보니까.  





[민트페이퍼] '다시' 뮤직비디오는 어떻게 제작됐나요?

[정재원] 뮤직비디오 회의를 하는데, 저는 원 테이크로 찍는 방식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원 테이크라는게 녹음을 할 때도, 촬영을 할 때도 굉장히 어렵거든요. 참여한 모든 아티스트들이 만족하기가 어려우니까. 하지만 원 테이크만이 줄 수 있는 느낌을 알기 때문에, 뮤직비디오는 꼭 그렇게 찍고 싶었어요. 정말 많이 찍었죠. (웃음) 저녁 7시부터 새벽 막바지까지 찍었어요. 한 번 찍고 모니터를 해야 하니까, 찍는데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날씨도 많이 추웠는데 무용수분들이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죠.


[민트페이퍼] '한마디'는 조원선님과 듀엣으로 작업하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함께 작업을 하셨어요?

[정재원] 제가 푸디토리움 연주도 오랫동안 해왔었는데, 하루는 원선누나가 푸디토리움 노래를 부르러 오셨었어요. 그 때 딱 한번 뵙고, 저랑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 제가 어렸을 때는 롤러코스터가 한번씩은 꼭 카피해보는 밴드이기도 했고, 원선누나 목소리가 워낙 독보적이잖아요. '한마디' 곡을 써놓고 저 혼자만 가이드 녹음을 해뒀는데, 여성 보컬이랑 같이 불렀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자마자 원선누나 생각이 났어요. 친분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직접 트위터 맨션을 보냈죠. (웃음) 저 그때 기타 연주했던 사람인데, 혹시 부탁드려도 되냐고. 그런데 또 흔쾌히 해주신다고 해서. 너무 좋았어요.


[민트페이퍼] 듀엣작업을 하면서 에피소드는 없는지.

[정재원] 그냥 제가 원하던 분위기가 녹음 하자마자 바로 나왔어요. 듀엣 작업이 처음이기도 했고, 녹음 하자마자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곡이 나와서 에피소드라고 할만한 게... 심지어 녹음 4시간 잡아뒀는데, 한 시간 반 만에 끝났어요. (웃음) 원선누나가 녹음하고 간 이후에 제 부분만 다시 녹음해서 완성했어요.


[민트페이퍼] 앨범을 내고 정재원이라는 이름으로 본인의 노래를 불렀던 무대가 있었나요?

[정재원] 앨범 발매 이후로는 아직 무대에 선 적은 없었고, 라디오 게스트를 한 번 했었어요. 한창 앨범 작업 할 때 윤하씨 공연 게스트를 선 적은 있어요. 제가 공연의 밴드 마스터였는데, 윤하씨가 무대 전환시간에 게스트로 노래를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마침 민트페에퍼 프로젝트 앨범 bright#2에 'View'만 나와있을 때였는데, 저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여서 하게 됐죠. 재미있었어요. 6일 공연했는데, 연습뿐만 아니라 무대경험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게 그 게스트 무대를 서면서 정말 많이 늘었어요. 관객들과 대화도 해보고, 밴드들이랑 같이 연주하고 제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하고 나니까 생각이 많이 바뀌더라고요. 내게 뭐가 부족한지도 생각해보고.


[민트페이퍼] 그럼 혹시 단독 공연은 예정에 있으신가요?

[정재원] 단독공연은 우선 3월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직은 1집밖에 없고, 레퍼토리도 좀 부족하고 해서 고민 중 이예요. 생각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보니. (웃음)


[민트페이퍼] SNS에서 '요즘 하루'라는 이벤트를 진행했었는데, 정재원씨의 요즘 하루는 어떤가요?

[정재원] 앨범 내고서 사실 싱숭생숭하고 이후에 뭐가 잘 안되더라고요. 곡도 잘 안 써지고, 기타도 잘 안쳐지고. 그래서 오히려 요즘이 더 평범한 것 같아요.
평소에도 드라이브를 좋아하는데, 혼자 공항 다녀오고, TV에 토크쇼 틀어놓고 자고. (웃음) 새벽에 공항 가면 길도 쭉 뻗어있고, 차도 하나도 없어서 정말 좋아요. 원래 정적인걸 좋아해서 음악도 안 들어요. 드라이브 하고 커피 마시고. (웃음) 그리고 또 제가 장거리 운전을 좋아하거든요. 한번은 부산을 가볼까? 하고 내려가서 광안대교 보고 바로 다시 올라왔어요. (웃음) 저는 휴게소 한 번도 안 들리고 쭉 갈 수 있어요. 운전대 잡으면 졸리지도 않고요. 하면 할수록 운전이 좋더라고요. 이제까지 단 한번도 사고 없이, 무사고입니다. 안전운전의 대명사! (웃음)
음, 그리고 아침에 일하러 나갈 때 차에서 혼자 커피 한 잔에 스콘 사서 먹는 게 저에게 가장 큰 행복이에요. 아침에 그걸 안 하면, 하루가 다 꼬이는 기분이거든요. 엉망진창이 되는 기분? 그래서 늦게 일어나도, 꼭 집 앞 카페에가서 스콘이랑 커피를 사 먹어요. (웃음) 그 때 진짜 너무 행복하거든요. (웃음)



[민트페이퍼] 아침에 스콘과 커피라...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는 편인가요?

[정재원] 보통 사람들의 반대로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편이예요. 새벽 5시에 잠들어서 낮 12시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꽤 오랫동안 해왔어요. 그런데 이렇게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웃음)





[민트페이퍼] 롤모델이 있다면?

[정재원]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보통 첫 앨범을 만들 때 롤모델을 두고 콘셉트를 잡고 가잖아요? 그런데 저는 '앨범 만들어야겠다,' '곡을 제대로 써야겠다' 라는 마음을 먹고 곡을 쓴지가 얼마 안됐으니까. 써놓은 곡들 중에 좋은 곡을 모아 앨범을 내겠다는 마음이었지 어떤 장르의, 어떤 콘셉트의 음악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애초에 배제를 했어요. 그렇게 작업하면 안될 것 같아서. 그래서 아직은 제가 어떤 한 분을 롤모델로 삼고 '그 뒤를 따라가야지!' 하는 마음은 없어요.
그런데 지금 김동률 형의 전국 투어를 같이 하고 있기도 하지만, 앞으로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걸어간다고 했을 때 동률이형은 음악 하는 사람의 정석인 것 같아요. 곡을 만들고, 앨범을 내고,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하고. 잠시 쉬고 다시 곡을 만들고. 그런 면들을 봤을 때 제가 꿈꿔오던 삶을 사는 아티스트인 것 같아요. 항상 진지하고 자신의 음악에 있어서 오차범위 안에서 꾸려 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 본받을 점이 많아요.



[민트페이퍼] 어린 나이부터 최고라고 불리는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많이 해 왔는데,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정재원] 아무래도 그분들의 앨범이나 라이브 합주를 하게 되면 최고의 연주자들이 모이잖아요? 거기서 배우는 점이 많았어요. 예를 들자면, 한국 기타리스트 중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은 홍준호 형인데, '보이스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에서 같이 세션을 했었어요. 사실 세션은 다양한 장르를 적정한 수준 이상으로 연주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준호형 같은 경우는 모든 장르에 있어서 90%이상 완벽한 연주를 할 수 있는 분이에요. 세션을 함께 하면서, 기타적인 측면에 있어서 제 자신이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걸 갓 기타를 배웠던 어렸을 때 이후로 다시 처음 느끼게 됐어요. 또 다른 예로는 드러머 이상민 형과 같이 연주하면서 리듬적인 것들과 한 곡의 기승전결을 배웠던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음악적인 측면과 테크닉적인 측면을 융합시키는 법을 많이 배웠죠.
이소라 누나 같은 경우에는 노래를 부르는 게 거의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분인데, 소라누나에게는 정적인 부분을 많이 배웠어요. 연주하는 사람은 빠르고 에너제틱해야 한다는 것에 꽂힐 수가 있는데, 소라누나는 정적인 흐름만 가지고도 충분히 그런 것들을 대신할만한 에너지를 관객에게 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셨죠.  
동률이형은 지금 투어 멤버가 밴드, 오케스트라까지 다 하면 30-40명정도 되거든요. 그 큰 인원들을 컨트롤하는 부분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그리고 다들 장르가 달라서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는데 어느새 제가 많이 발전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점들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민트페이퍼] 앞으로 정재원이 들려주고 싶은 음악은 어떤 음악인가요?

[정재원] 예전에는 뭔가 남들과는 다른 것들을 보여줘야지, 혹은 테크닉적으로 정말 뛰어난 것을 보여줘야지 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차분하고 듣기 편한, 생각 할 시간을 주는 음악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길거리를 걸어도 실내에 들어가도 음압이 강하고, 자극적인 가사를 가진 음악이 많고요. 그런데 최근 사람들이 자극적이지 않은 음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게 바로 김동률, 토이의 새 앨범인 것 같아요. 물론 그분들이 가진 네임파워도 있겠지만, 신보가 나왔을 때 그 음악들이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그 동안 피로해져 있던 사람들의 귀를 쉬게 해줄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들었을 때 제 음악이 말초신경을 자극한다기보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자극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기타를 치니까, 기타와 밴드, 앙상블이 함께 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민트페이퍼] 가장 서보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

[정재원] 제 음악을 좋은 컨디션에서 좋은 음질로 들려 줄 수 있다면 어느 무대든 좋을 것 같아요. (웃음)


[민트페이퍼] 마지막으로 민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정재원] (민터분들이) 지금 좋아해주고 있는 음악들을 계속 좋아해주시면 저와 같은, 음악 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음악 할 수 있지 않을까. (웃음) 이번 앨범 많이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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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페이퍼 / 글_이보영 사진_스톰프뮤직 제공)